"이렇게 혁신적인데 인간미도 있네"
‘좋다.’ 어떤 것을 선택할 때 최종적으로 선언하는 말이다. 좋다는 말은 논리적이라기보다는 감정에 가까운 판단이며 이런 판단에는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숨은 동기까지 작용한다. 일례로 ‘가성비보다 가심비’라는 트렌드 변화는 고객 경험의 심리적 층위가 있다는 점과 어떤 층위를 공략하는지에 따라 경험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능 중심의 가성비와 달리 ‘가심비’는 가치와 의미 같은 좀 더 상위 차원의 동기와 관련이 있다. 게다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기술의 진보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쏟아져 나오는 광고 폭격으로 인해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설명들은 고객의 관심을 얻기 전에 휘발돼 버린다. 근원적인 측면에서 필요와 구매는 별 상관이 없는 경우도 많다. 즉, 필요하다고 다 사는 것도 아니고 필요 없다고 안 사는 것도 아니다. 구매 욕망은 인간의 심리와 무의식적 본능과 더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것을 자극하고 만족시키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기술의 발전에도 기업과 비즈니스가 분석적인 기능이 아닌 감성을 바탕으로 하는 심리 전략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혁신 기술·제품을 시장에 안착시키는 심리적 원리
불안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 필연적으로 경험하는 심리적 관문이다.
그러나 개인 혹은 사회는 이런 불안을 극복하는 과정을 거쳐 성장한다. 새로운 기술이나 혁신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이 인간의 심리와 불안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혁신은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기에
이를 마주하는 이들의 불안 역시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공포관리이론(Terror Management Theory)에 따르면 인류 문명은 이런 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두 가지 문화적
기술을 발전시켰다. 바로 문화적
세계관과 자존감이다. 문화적 세계관은 불안의 대상에 현실의 질서와 의미를 부여한다. 또한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집단(부족)을 형성하는데 그 집단에서
자신이 의미와 가치를 지닌 존재라는 자각을 통해 안정감을 얻는다. 이를 비즈니스에 대입하면 새로운 혁신이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기 위해서는 이미 존재하는 문화적 세계관에 편입시킬 수 있어야 하며 혁신 기술이나 제품의 체험이 소비자의 자존감을 높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인간 심리를 활용해 혁신 기술이나 제품을 저항 없이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중간 대상을 찾아라
혁신 기술의 도입은 생산 방식의 변화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과거 컴퓨터와 인터넷의 국내 도입은 구조조정이라는 경제적 시련을 동반했다. 구조조정의 여파는 첨단 기술과 거리가 있는 중년층에 더 가혹했다. 그럼에도
러다이트 운동 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한 다양한 해석 중 하나가 바로 중년층이 고스톱과
바둑 등 게임을 중간 대상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컴퓨터나 인터넷을 낯선 기술이 아닌 따분한 시간을
재밌게 보낼 수 있는 장난감이라는 익숙한 대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심지어 노인들이 고스톱을 치기 위해
당시로서는 첨단 기술인 컴퓨터 사용법을 배우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50억 명 이상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기기 가격이 저렴하지 않을 뿐 아니라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해 유지 비용도 만만치 않은 이 기기가 세상에 등장한
지 20년이 채 안 돼 아이부터 노인까지 전 세계 남녀노소가 사용하게 된 비결이 뭘까? 바로 ‘놀이 도구’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에서 주로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은 동영상,
게임, SNS와 같은 것들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유통되는 앱의 절반가량은 게임이고 매출의 80%가량을 차지한다. 이런 점에서 스마트폰은 통신기기라기보다는 게임기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포화 시장이 된 상황에서 AI, 로봇과 같은
차기 혁신 기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런 기술들이 대중의 저항 없이 빠르게 정착하려면 놀이 등
과거부터 인간에게 익숙한 행동을 사용자 경험의 중간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AI와 관련해서는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예로 들 수 있다. 많은 이가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단 한 판을 제외하고
알파고가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게 힘없이
돌을 던지던 순간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이 좌절감을 맛보았다. 그러나 좌절감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대중은 AI 시대를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한국기원은 최고 실력자에게 주는 명예 9단증을 알파고에게 수여했다. 알파고가 더 이상 인간의 경쟁 상대가 아닌 배우고 모셔야 하는 사범 대열에 들어선 것이다. 인간을 능가하는 낯선 지배자가 아닌 더 높은 기량을 인간에게 가르쳐주는 사범이라는 익숙한 중간 대상으로 삼으면 AI를 받아들이기가 한결 수월하다.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아 바둑을
인간 기사가 아닌 AI로부터 배우는 일이 보편화됐다. 인류
최강의 바둑 기사였던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패배한 후
2019년 은퇴를 선언했다. “인공지능에게 배우는 것이 기쁘지 않다”는 이유를 남기면서 말이다. 이후 세계 바둑 기사들의 실력은 상향
평준화됐다. 언제든 지치지 않고 최고의 수를 가르쳐주는 수많은 바둑
AI 선생님 덕분이었다. 실제 대국에서 AI가
알려준 수가 정석을 대체했고, 기원에서도 사람이 아닌 AI가
설치된 바둑판에 자신에게 맞는 수준을 설정하고 바둑을 두는 일이 보편화됐다. 수천 년 동안 바둑을 둔
인류의 집단지성이 단 수년 만에 뒤흔들렸음에도 자연스레 혁신 기술이 정착되고 확산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바둑 선생님이라는 적절한 중간 대상을
설정한 것이라고 본다. 이처럼 혁신 기술을 통해 사람들이 먼저 익숙한 경험을 할 수 있어야 불안과 저항을
완화하며 자연스레 수용될 수 있다.
2. 검증 대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라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 경험이 당위적인
강요로 느껴져선 안 된다. 새로운 경험을 강요하면 저항이 더 강해질 수 있다. 시험 기간에 좀 쉬다가 공부하려는 찰나에 “너는 시험 기간인데 공부는
언제 할 거야”라는 핀잔을 들을 때 더 공부하기 싫어지는 경험을 해본 적 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미국의 금주령이나 군사 정권 시대 건전가요 의무화와 같은 제도적 강요는 물론 일상에서도 강요된 경험이
성공적으로 전파된 사례는 동서고금을 뒤져봐도 찾기 어렵다. 당위나 객관적인 근거로 설득하면 오히려 기존의
사고방식을 더 강화하는 역화 효과(backfire effect)가 나타나기도 한다. 역화 효과란 자신의 신념과 모순되는 증거나 사실이 제시될 경우 반발 심리에 의해 기존의 편견이 강화되는
경향을 뜻한다. 백신 부작용을 우려하는 이들에게 우려의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알렸음에도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현상이 대표적인 예다.
역화 효과를 피하기 위해서는 논쟁이나
검증을 통한 반박이 아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생각과 행동을 이렇게 바꾸라는 식의
주문은 오히려 상대의 방어 기제를 부추겨 변화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웰치스 주스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역화
효과를 방지한 좋은 예다. 웰치스의 창시자 토마스 웰치는 치과의사이자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신앙심이 깊었던 그는 성찬식에 사용되는 와인을 마시고 취한 사람들이 교회 인근을 서성이는 것을 못마땅해했다. 이에 취하지 않는 와인, 즉 무알코올 와인을 만들기로 결심했고 1869년 웰치스를 만들었다. 웰치스의 초기 이름은 개발 취지를 반영한 ‘발효되지 않은 와인(Welch’s Unfermented Wine)’이었다. 그가 다니는 교회에 이 와인을 납품한 후 다른 교회에도 취하지 않는 와인의 장점을 소개하며 제품 확산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와인의 핵심 속성인 알코올이 빠진, 외관만 와인인 제품으로 인식된
탓이었다. 제품 출시 4년 만에 철수한 사업을 되살린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아들 찰스 웰치스였다. 그는 아버지가 개발한 ‘발효되지
않은 와인’의 이름을 ‘웰치스 포도주스(Welch’s Grape Juice)’라고 바꿨다. 와인이 아닌 과일주스라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것이다. 발효되지 않은 와인이라고 할 때는 ‘앙꼬
없는 찐빵’ ‘술 같지 않은 술’ 취급을 하며 관심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포도주스라는 새로운 명칭의 음료에는 뜨겁게 호응했다. 처음 들어보는 포도주스는 건강하고
고급스런 이미지가 연상됐기 때문이다. 웰치스 주스 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사람들은 변화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강요당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당위나 강요가 아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때 혁신 제품이나 신기술이 시장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3. 기술에 인간미를 더하라
제품과 서비스에 친근한 이름을 붙이는
것도 생소한 첨단 기술을 시장에 연착륙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친숙한 대상을
다루는 일반적인 방식은 사람과 같이 고유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반려동물이 대표적인 예다. 거의 모든 반려동물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름을 부른다는 의미는
사람과 동격으로 대우한다는 뜻이다. 식용으로 기르는 소나 돼지 같은 동물에는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 이름을 부르는 동물을 추후에 식용으로 도축하는 것은 정서적으로 매우 불편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인화는 동물을 넘어 무생물에도 적용된다. 배우 톰 행크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는 윌슨이라는 이름을
가진 배구공이 등장해 중요한 조연 역할을 한다.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서 주인공은 배구공인 윌슨을 의인화해
의지하고 애착을 가진다. 이런 현상은 현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소니가 개발한 로봇 강아지 ‘아이보(Aibo)’가 수익성 악화로 인해 생산 중단에 이어 AS까지 중단되자 이용자들이 아이보 장례식을 치러 화제가 됐다. 로봇을
단순한 가전제품이 아닌 마치 가족 같은 존재로 여긴 것이다. 이런 현상을 ‘일라이자 효과(Eliza Effect)’라고 부른다.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AI를 마치 인간처럼 여기고 의인화하는 현상을
뜻한다.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로봇에 인간미를 기대하는 심리가 숨겨져 있다. 아무리 첨단 기술일지라도 ‘너는 가만히 있어. 내가 다 알아서 할게’라는 식으로 인간의 개입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
인간 사용자는 존중이나 배려보다는 무시를 당한다고 여길 가능성이 높다.
결국 기술에도 인간미가 필요하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대화형 챗봇과 생성형 AI의 경우에도 인간의
몫, 즉 중요한 결정은 사람이 하도록 남겨둬야 한다. ‘대화적
암시’라는 개념이 있다. 예를 들어 파티에서 술을 권하는
친구에게 “나 술 안 마실래”라고 말하기보다는 “나 운전해야 하는데…”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런 대화적 암시는 일부를 생략해 말하지만 이런 생략은 상대방에게 생각하고 해석할 여지를 넘겨줌으로써 존중받는
느낌을 주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챗봇도 마찬가지다. 특히 상담이나 고객 문의를 응대하는 챗봇의 경우 최선의 답을 즉각적으로 제시하기보다는 대화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상호작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찰떡같은
답을 빠르게 제시하기보다는 사용자의 생각이나 감정을 충분히 들어주고 이에 대한 요약을 바탕으로 대안을 제시해주는 방식이 훨씬 더 고급스러운 고객
경험이다. 중요한 상담 노하우 중 하나는 잘 들어주는 것이다. 내담자가
충분히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들여다보고 표현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면 상담자는 별말을 하지 않아도
상담이 아주 훌륭했다는 최고의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답이 필요하기보다는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자
대화나 상담을 원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AI 서비스의
초점을 고객의 마음에 둘 수 있다면 이 서비스는 인간에게 더 가치 있는 경험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4. 정체성을 공유하라
현대사회에서 소비는 내가 누구인지 정체성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상징적 행동이다. 다시 말해 누군가 봐주지 않는 소비는 큰 가치를 두기 어려운 소비이며
화장실 청소용품 중 명품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아가 소비자는 커뮤니티 참여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자신이 충분히 인정받을 만한 사람이고, 이를
인정해줄 수 있는 선택된 사람들의 모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려 한다.
전통적으로 기술이나 기능을 강조해온 제품
역시 이런 커뮤니티를 활용한다면 새로운 이미지와 함께 시장에서 반전을 꾀할 수 있다. 할리데이비슨 소유자
모임 ‘H.O.G(Harley Owner Group)’가 대표적이다.
1980년대 일본 오토바이로 인한 위기에서 할리데이비슨을 살린 리처드 티어링크 CEO는 “우리는 철학을 판다. 오토바이는 살짝 끼워 팔 뿐이다”라며 일본 오토바이가 조용하고 안락한 승차감을 강조하는 광고에 집중할 때 할리데이비슨은 수많은 자사 오토바이들이
내뿜는 웅장한 배기 랠리와 행사 등을 통해 자유와 도전정신을 강조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라이딩 로망을 충족하고 안전하면서도 소속감을
높일 수 있는 정기적인 행사를 통해 할리데이비슨 소유자는 시장에서 동경의 대상으로 변모했다. 만족스런
고객 경험은 소유자들을 할리데이비슨의 최고 영업사원으로 만들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할리데이비슨
소유자들은 매년 지역 모임과 행사를 개최하며 할리데이비슨의 철학을 공유한다. 행사의 거점이 되는 전
세계 할리데이비슨 대리점은 판매점이라기보다는 소유자 모임의 허브로 기능하고 있다. 친한 친구 집처럼
특별한 용건이 없어도 들르게 만드는 공간이 된 것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제품의 기능이나 성능만을 강조하는
기업들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제품의 철학과 정체성도 기능 못지않게 강력한 소비 동기가 될
수 있다. 할리데이비슨은 이를 공략해 충성 고객을 확보한 좋은 예다.
5. 불편함과 번거로움도 만족을 높일 수 있다
존재감은 편리함과 상극이며 불편함과 번거로움이
오히려 만족을 더 높이기도 한다. 이케아 효과(IKEA effect)가
대표적인 이론이다. 조립 가구 제조 기업 이케아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고객 스스로 만든 물건에서
완제품보다 더 큰 가치를 느낀다는 심리적 현상을 뜻한다.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였기에 자긍심이 생기고
이것이 심리적으로 느끼는 가치를 높인다는 것이다.
반대로 고객이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한
제품은 오히려 높은 가치를 느끼기 어렵다. 물만 넣어 섞으면 완성되는 인스턴트 팬케이크 믹스 제품을
계란과 우유를 고객이 직접 넣어 반죽하도록 리뉴얼한 후 판매량이 급증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어머니가
아이들의 아침이나 간식으로 팬케이크를 만들어주면서 물만 부어 요리해주는 것에 은근한 죄책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심리학자들이 발견했다. 아이들에게 성의 없게 음식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런 감정을
상쇄하고자 대부분 가정의 냉장고에 있는 달걀과 우유를 더하도록 레서피를 리뉴얼했더니 사랑 담긴 엄마표 팬케이크로 거듭나며 판매량이 늘었다.
새로운 기술이나 혁신 제품이 등장하며 기존 비즈니스나 제품이
위협받는 경우가 흔해지고 있다. 더 빨라지고 효율적인 제품에 소비자들의 이목이 쏠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편함과 번거로움도 만족을 높일 수 있다. 아동용 블록 장난감의
대표 브랜드 레고는 닌텐도 등 비디오게임의 확산과 함께 위기를 맞게 된다. 위기를 돌파한 계기는 바로
어른용 레고 출시였다. 어른용 레고는 아동용과 달리 훨씬 더 복잡하고 조립 난이도가 높았다. 가격도 비싼 데다 조립 시간도 더 많이 든다. 그러나 이렇게 조립된
완성품은 장식용이나 SNS 콘텐츠 등 2차 창작물의 소재가
됐다. 어른들의 동심을 자극함은 물론 숙련된 솜씨를 뽐내고 실물로 보여줄 수 있는 경험은 10시간 넘게 들인 시간과 몇십만 원의 가격을 투자한 수고로움을 상쇄했다. 이처럼
사용하기 불편하더라도 기술과 기능만으로는 채우기 어려운 의미와 경험을 제공한다면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출처: DBR 394호 (2024년 6월 Issue 1)에서 발췌 및 수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