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 이야기 #409_ AI에만 의존하면 미래는 없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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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 2024.05.14 | 17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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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경영’ 연구로 본
화이트칼라의 미래 직관, 창의성 전파 등 ‘인간의 힘’ 발산해야 많은 사람이 앞으로 이들 AI가 지식근로자라고 불리는 화이트칼라의 업무를 상당 부분 대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023년 AI 때문에 미국에서만 약 4300개의 일자리(주로 화이트칼라)가 줄었으며 이런 현상은 앞으로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한 가지 생각해봐야 할 것은 AI가 지식근로자의 일을 얼마나 대체할 것이고, 어떤 일을 주로 대체할 것이며, 반대로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일은 무엇인가 하는 것일 겁니다. 이에 대한 이해를 정확히 하는 것은 AI가 가져올 미래의 방향을 예측하고 대처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최근 AI의 발전은 생성형
AI(Generative AI)가 주도하고 있다. 챗GPT(ChatGPT)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지만 챗GPT 외에도 수많은 생성형 AI의
발전이 있었다. 구글의 바드(Bard), 메타의 라마(LLaMA), 국내 기업인 네이버 하이퍼클로버X와 같은 AI는 주로 텍스트 위주의 생성형 AI이고 여기에 더해 확산 모델(Diffusion model)에 기반한 수많은 이미지 생성 AI 모델이
발표되었다. 지식관리를 다시 생각한다
형식지는 지식
중에서 텍스트나 그림 등을 통해서 명확히 전달하고 학습할 수 있는 지식을 말한다. 즉, 형식지는 문서화가 가능한 지식이다. 이에 비해서 암묵지는 텍스트나
그림을 통해서 표현하거나 전달하기 어려운 지식이다. 예를 들어서 어떤 제품에 들어가는 원재료의 비율이나
기계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등은 서류나 매뉴얼을 통해서 명확히 표현되고 전달될 수 있는 형식지다. 이에
비해서 셰프의 요리 비결이나 시장의 변화를 직관적으로 잘 포착하는 경영자의 능력 등은 문서화하기 쉽지 않다. 물론
일부를 문서화할 수는 있지만 그 문서는 해당 지식을 완전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암묵지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기업의 경영 활동에 필요한 지식은 형식지와 암묵지와 같이 성격이 다른 다양한 지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로 다른 종류의 지식은 창출, 전파, 확산의 방식이 판이하다는 것이다. 또한 형식지와 암묵지는 서로 다른 종류로 변환되기도 하고 같이 사용되어 시너지를 갖기도 한다. 기업의 성공적인 지식관리를 위해서는 형식지와 암묵지에 대한 효과적인 관리를 통해서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하는데, 암묵지와 형식지는 아래의 4가지 방식으로 서로 변환되거나 새로 만들어진다.
1) 외부화(externalization): 암묵지를 최대한 문서화해서
형식지 형태로 바꾸는 과정 (예: 셰프가 자신의 요리 비법을
레서피로 만드는 것) 2) 내부화(internalization): 형식지를 반복적으로 학습하고
실행하면서 몸에 체화하는 과정 (예: 기계에 대한 매뉴얼을
반복 학습하면서 기계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 3) 조합(combination): 다양한 형식지를 결합해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과정 (예: 제품의 수요에 대한 다양한 출처의
정보를 결합해서 더 정확한 예측을 하는 것) 4) 친교(socialization): 암묵지를 가진 사람과 계속 같이
지내면서 암묵지를 전수받는 과정 (예: 어떤 분야의 장인이나
전문가와 시간을 보내고 대화를 하면서 지식을 학습하는 것)
기업 내 암묵지는 외부화를 통해 문서화되고 이 문서를 학습한 사람이 이를 체화하면서 자신만의 암묵지를 만들기도 하고 서로 다른
형식지를 조합해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기도 한다. 또한 필요에 따라 전문가와 친교를 하면서 암묵지를
바로 전수받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잘 관리하는 기업은 그림에 있는 것과 같이 지식이 암묵지에서 형식지, 형식지에서 암묵지로 형태를 바꾸면서 점점 더 커지고 널리 전파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직관적으로 잘하는 경영자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런 직관적
의사결정 능력이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의사결정을 어떻게 할지 모르기 때문에
컨설팅 보고서나 선배 경영자가 남긴 자료와 같은 형식지를 보면서 시도해 봤을 것이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의사결정에서 중요하게 고려할 것이 어떤 것인지, 상황에 따라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경영자의
머릿속에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종의 암묵지 또는 직관이 생성될 것이다.
암묵지는 문서로
완전하게 전달이 어렵기 때문에 암묵지를 학습하는 것은 형식지보다는 어렵다. 암묵지를 학습하려면 일단
암묵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최대한 암묵지를 문서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의사결정에 직관을 가지고 있는
경영자는 자신의 직관에 대해서 최대한 문서화(외부화)하고
학습자는 일단 이것을 학습해야 한다. 그렇지만 암묵지는 문서만 학습하는 것으로는 완전히 습득할 수 없고
해당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계속 같이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며 지도를 받아야 습득될 수 있다.
AI 시대에 지식관리가 시사하는 점 최근 AI가 잘하는 지식 관련 업무를 보면 모두 다 형식지다. AI의 작동
원리를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결과다. 최근 활용되는 AI는
대부분의 경우 정답이 존재하는 문제에 대해 학습용 데이터를 사용해서 학습을 한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의 수도는…” 다음에 올 단어가 무엇인지는 답이 명확하다. 이와 같이 문제와 답이 맞춰져 있는 학습용 데이터를 사용해서 AI에
학습을 시킨 후에 주어진 문제에 대해서 답을 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답이 명확한 문제일수록
더 잘 학습할 수 있기 때문에 형식지의 성격이 강할수록 잘 학습하는 반면 암묵지의 성격이 강한 분야에서는 학습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 학습을 위한 데이터를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① AI가
대체하지 못할 것: 암묵지 경영자의 역량을 구성하는 요소를 생각해 볼 때 형식지에 해당하는 논리적, 분석적인
부분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말로 설명이 안 되는 암묵지에 해당하는 부분도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최고경영자의 경우 본인의 직관이나 통찰력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함으로써 기업을 위기에서 구하거나 크게 성장시키는 경우를 종종 본다. 최고경영자의 전략적 의사결정뿐 아니라 중간 경영자의 업무 중에도 암묵지에 해당하는 것이 많다. 만일 여러분이 중간 경영자라면 본인이 하고 있는 일 중에서 다른 사람에게 문서나 말로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 보라. 아마 문서화나 설명이 쉽지 않은 업무가 상당히 많을 것이다. 그런 업무가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업무다.
② AI가
대체하지 못할 것: 창의성 창의성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정확히 말하면 창의성은 ‘관련이 없다고
생각되던 것을 관련짓는 능력’이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것을 새로 만들어내는 것은 신의 영역이고, 인간의 창의성은 이미 존재하는 수많은 것 중에서 그동안 관련이
없던 것들을 관련짓는 것이다. AI의 창의성에는 두 가지 한계가 존재한다. 첫째, 이러한 새로운 조합은 대부분 사람의 명령에 따라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둘째는 조합의 대상인 기존에 학습한 것으로 제한된다. 창의적인 분야, 특히 큰 가치를 갖는 창의적인 분야는 여전히 사람이 AI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AI를 사용하는 환경에서 지식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AI가 형식지에 해당하는 일을 잘하니 형식지에 해당하는 일은 AI에 맡기고 사람들은 암묵지에 해당하는 부분에 집중하면 효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단순히 생각할 수도 있다. 문제는 형식지와 암묵지가 완전히 분리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앞에서
설명했듯 암묵지를 창출하기 위해선 형식지를 반복적으로 학습하면서 몸에 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형식지를 몸에 체화하고 관련 분야에 경험을 쌓는 과정을 거쳐야 암묵지가 만들어진다. 만약 AI가 형식지에 해당하는 일을 잘한다고 AI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면
암묵지에 관련된 업무 능력도 저하될 수 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AI에 특정 업무를 완전히 맡기기보다는 일부라도 사람이 직접 수행하면서 지식을 체화하고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최고경영자로서의
역량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만일 중·상위 경영자의
일을 AI가 대체하면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최고경영자를 육성할 기회를 잃어버릴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직원의 일을 AI가 대체하면서 효율성이 올라간다는
점만 볼 것이 아니라 중요한 암묵지를 갖춘 인력을 어떤 방식으로 양성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조직 전체의 암묵지가 줄어들어 조직 역량이 약화할 수도 있다. 또한 뛰어난
암묵지(직관)를 가지고 있는 경영자가 차세대 경영자와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암묵지를 직접 학습할 수 있는 친교의 기회를 주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이런 노력도
없이 10년 이상을 보낸다면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최고경영자의 역량이 떨어져 AI로 얻은 효율성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AI보다 사람이 더 잘할 것이라고 얘기한 창의성도 형식지의 반복적인
학습에 의한 체화 과정에서 개발되는 경우가 많다. 창의성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식품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식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낼 수 없고, 금융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금융과 관련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기 어려운 것이다. 해당 분야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 특히 형식지를 쌓고 이를 체화하는
과정을 거친 후에 어떤 특정 문제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고민하다 보면 머릿속에서 떨어져 있던 것이 어느 순간 연결이 되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창의성에 관한 연구가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창의성 발현에 있어서의
두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첫째는 해당 분야의 기본적인 지식이고, 둘째는
잠시 해결하려는 문제에서 떨어져서 지내는 소위 ‘여유 시간(slack
time)’이다. ‘유레카’로 유명한 아르키메데스는
문제 해결을 위한 기본 지식은 충분히 있었고, 문제 해결을 위해 몇 날 며칠을 고민했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목욕탕에서 여유를 가지고 머리를 식히다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생긴 것이다. 앞으로 AI가 지식근로자의 일을 대신하면 창의적인 일을 위한 여유 시간은 지금보다는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여유 시간만 있다고 창의성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형식지의 학습을 통해서 기본 지식을 체화한 사람은 여유 시간이 많으면 창의성도 올라가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여유 시간이 많아져도 창의성이
떨어지거나 제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즉 AI를
많이 활용할수록 여유 시간이 많아져서 창의성이 올라갈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이다. AI가
대체하는 형식지 관련 업무가 창의성을 위한 중요한 재료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기업의 창의성에 관한 전략도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구성원의 창의성을 높이는 데 있어 해당 분야에 대한 기본 지식보다는 여유 시간이 부족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직원들이 여유를 가지고 쉴 수 있는 사무실 환경을 만드는
것 등이 창의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왔다. 만일 앞으로
AI가 많은 일, 특히 형식지와 관련된 일을 대신한다면 창의성에서 장애 요인은 여유 시간보다도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이 될 수도 있다. 앞으로는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직원들에게 해당 분야의 형식지를
어떻게 학습시킬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즉, 현재는 업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히는 형식지를 앞으로 AI가 대체하게 되면 직원들이 이런 지식을 체계적으로 체화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디자인하고 실행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AI가 많은 화이트칼라의 일을 대신하거나 도와주면서 기업의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처럼 지나치게 AI에 의존하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에 해가
될 수 있음을 과거의 지식관리의 고전이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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